남편이 정장을 입는 회사에 다닐때는 넥타이 지옥에 시달렸었는데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부터 옷차림이 자유로워지자 후드지옥, 스웻셔츠 지옥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상의를 엄청나게 사들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어느정도 라인업이 완성되었고 대부분은 아주 잘 입고 있는데 (본인의 스타일을 잘 아시는 편)

세일한다고 사서 처음 배송이 오고 입을때부터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스웻셔츠가 있다.

몇번 안입고 1년 넘는 기간동안 고이고이 남겨두길래

안입을꺼면 팔든지 비워라 라고 열심히 미니멀라이징을 주입시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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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나에게 이 녀석을 던져주면서 '여보 입을래?' 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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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한 핏을 즐겨 입기도 하고.. 사실 요즘 재택근무중이라 거의 단벌신사처럼 추리닝만 입고 다녀서

본인의 맨투맨이 나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나역시 그렇게 생각해서 콜! 하고 일단 받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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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재택근무시간이 끝나고 시장을 잠깐 들르려고 잠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이 녀석이 눈에 보여서 한번 입어볼까- 하고 입어봤는데...

누가봐도 남편 옷 훔쳐입은 핏...

아래 쭈리가 없는 디자인인데다가, 뭔가 맨투맨 답지 않게 볼륨이 없고 빳빳하다고 해야하나..

내가 원하던 핏은 이 루즈핏이 아니라고 ㅠㅠ 허리가 거의 100센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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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는건 아니겠다 싶어서 나눔을 하거나 당근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을 마치고 온 남편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못입을 것 같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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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너무나도 쉽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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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으로 입어~

ㅋㅋㅋㅋㅋㅋㅋ

미니멀리스트에게 가장 매혹적이고 무서운 말이다.

버리긴 아깝고 나갈 때 입지는 않을 것 같은 그 수많은 옷들을 '잠옷으로 입어야지'라는 문장 하에 얼마나 쌓아두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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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비운 옷이 잠옷들이었는데

정말 잠옷으로 입어야지 하고 바구니에 던져놓은 옷이 사계절을 합치니 족히 10벌은 넘었다.

사실 외출용으로 나온 옷은 잠자기에 적합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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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비우면서 한 결심은

안입을 옷은 그냥 고이 보내주자. 잠옷이라는 이름으로 구질구질하게 붙잡고 있지 말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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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맨투맨도 외출용으로도 뻣뻣한데 잠옷이 왠말이냐.

남편의 손쉬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친구들에게 나눔하거나 당근마켓에 아주 싸게 올려볼 생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가을겨울시즌 잠옷이다.

비싼 녀석은 아니지만 잠옷/홈웨어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녀석으로 구입했고

특히 왼쪽의 플란넬 잠옷은 이 한벌로 여름을 제외한 세 계절을 모두 난다.

가장 깨끗한 여벌옷 하나만 남겨두고, 이 잠옷을 빠는 날에만 살짝 입어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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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각자의 역할이 있다.

내가 옷을 사면서 어디에 어떻게 입을지 기대했던 상황이 있을 텐데,

그 상황에 맞지 않을 때 너무 쉽게 '잠옷'이라는 카테고리로 이들을 던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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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를 접하고 나서 비우기를 실천하기 시작할 때

사실 가장 시작하기 힘든 카테고리가 옷인데,

잠옷으로 분류되었던 낡은 옷들을 먼저 비우는 것만으로도 꽤나 헐거워진 옷장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